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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을 사자

전편 : 오디오를 사자


사실 이어폰에 비해 스피커의 청음을 하기는 쉽지가 않다. 일단 스피커라는 놈들은 조금만 좋은 소리를 듣고 싶으면 가격이 확 뛰는 부분도 있었고, 스피커를 쓰면서 블투를 연결하는건 정말 쓸데없이 돈 낭비를 하는거라는 말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피커 대신 이어폰을 사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사실 이미 스피커를 사려고 생각하기 전부터 이어폰을 사고싶다는 생각은 했다. 청음샵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면서 셰에라자드를 처음 갔을 때 갖고 싶은 이어폰들이 생겼었다.

그 첫번째는 Westone Labs의 W20. 당시로서는 처음 듣는 뛰어난 해상력 때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가격도 내 기준에서 하이엔드에 어울리는 수준이었고, 당시 갖고있던 아이폰용 리모컨도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Atomic Floyd의 superdarts.

Atomic Floyd에서 출시된 이어폰은 지금 기억은 잘 안나지만 20~40만원정도 라인업에서 제품군이 있었고, 금속바디에서 울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특징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지만, 인상적인 디자인으로 이걸 사고싶어했다.





지만 막상 이번에 이어폰을 사려고 했던 계기는 이녀석 때문이다.

회사에서 출시한 "하이엔드" 라인업 중 이어폰인 Samsung Level In. 핸드폰을 갤럭시 S5로 바꾸고 수리를 하러 매장에 갔다가 우연히 들었는데, 소리가 생각보다 잘 들렸다. 게다가 우리회사 제품중에서 최초로 BA 2개가 들어가있는 장치라는 말도 마음에 들었었다. 

그리고 선택의 폭을 줄인 결정적인 원인은 갤럭시 제품 호환이라는것? 아이폰은 단일 이어폰 리모컨으로 모든 장치에 대해 볼륨 / 이전/다음곡에 대한 조절이 가능하지만, 안드로이드 계열은 자사 제품만 볼륨 조절이 되는 참 맘에 안드는 방식을 쓰고있으니 볼륨조절을 자주 하는 나는 어쩔수 없이 손이 갈 수밖에.

이걸 살지말지 결정을 하려면, 내 귀에는 Level in도 소리가 좋았지만 청음샵의 직원들은 어떤  내릴지가 궁금해서였고, 결국 청음샵을 가봐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차를 가지고 다녀야 될 것이고... 안가본데를 가긴 쉽지 않을 것 같으니 대충 정한데가, 늘 가던 셰에라자드와 홍대 근처에 있는 청음샵 두곳이었다.



여기가 셰에라자드이다.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에서 걸어서 2~3분정도면 갈 수 있고, 내가 간 세곳중에서는 제일 좋았다. 더 자세한 정보가 보고싶다면 여기를 클릭.




홍대를 가기로 마음먹었던 이유는, 가까운 위치에 청음샵들이 붙어있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맛집 다니기도 괜찮고 돌아다니기에도 좋다. 사실 이 외에도 청음샵이 더 있다고 본 것 같으나, 실제로 가본게 이 두곳 뿐이라 여기만 썼다.

사운드스토어는 가보면 생각보다 넓지 않았고, 사운드밸런스는 넓고 깔끔하게 잘 되어있었다.


세 곳의 특징을 비교하자면 대충 이런 것 같다.


라인업 : 사운드밸런스 > 셰에라자드 > 사운드스토어

친절도 : 셰에라자드 >= 사운드밸런스 > 사운드스토어

편의성 : 셰에라자드 >>>>>> 사운드밸런스 >= 사운드스토어


셰에라자드와 나머지 두 곳을 비교하자면, 셰에라자드의 가장 큰 강점은

"앉아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는 것이다. 다른곳들도 시설이나 라인업 모두 충분히 잘 되어 있었고, 직원분들의 설명도 이해하기 쉬웠지만,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집중해서 음악을 들어보기 얼마나 좋은가 가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셰에라자드에 한표. 


대학로의 이어폰샵도 매우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대학로에 가본적이 없고 앞으로도 안가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어 대학로는 과감히 가지 않았다.


그리고 청음샵을 가기 전에... 아니면 갔다 와서인가, 여러방면으로 이어폰을 알아보고 내 취향에 맞는 이어폰을 알아보니 이런 계통의 이어폰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모 사이트에서 항상 올리느 저음-고음 그래프에서 매우 플랫하게 나오고, 하이파이 이어폰으로 최강자라는 것들이다.




Etymotic Research의 ER4S, 그리고 Phonak의 PFE 112이다.


두 회사가 다 보청기를 만드는 회사라고 했었던가... 그래서 소리가 매우 플랫하다고 한다. 보통 유명한건 ER4이고, 청음 후기+가성비 깡패로 PFE112가 있다.

특히나, 포낙은 더이상 이어폰을 생산하지 않는다고 해서 앞으로 프리미엄이 더 붙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하튼, 저 두개를 청음하고 싶었으나... 위의 세 청음샵중 어디에서도 청음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막상 청음샵에 갔을 때 만족한 제품들이 있었으니 이것들이었다.

디자인이나, 가성비보다 어차피 돈을 쓸 거면 좋은걸 사자고 하면서 좀 찾아봤던 것들 중 첫번째가 B&W 의 C5이다. 보워윌킨스라면 역시 MM이나 A7이 유명하고, 둘 다 애플덕후들이라 AirPlay를 지원하니 갤럭시를 써야하는 입장인 나는 이미 생각이 좀 없었으나, 가격이 낮은 순으로 좋은걸 듣다가 마음이 들면 이걸 사자! 고 했던 상황에서 처음 괜찮다는 생각이 온 게 이 제품이었다.

전체적인 느낌은, 저음이 매우 강하고 중-고음이 묻히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만난 가성비 극강의 이어폰,

크리에이티브 오르바나 에어



이걸로 음악을 듣는 순간,  깜짝 놀랐다. 밀폐형이 아니면 당연히 소리가 샐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여차하는 사이 B&O A8같은 별난 소리가 나와버리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이어폰은 매우 플랫하게 음을 전부 잡아주고 있었다. 아마 내가 이때 총알이 없었고, 저 이어폰이 귀에 맞았다면 바로 질러버리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소리가 좋았다.

혹시나 B&O A8이나 이어셋 3i였나? 를 쓰다가 새걸 사고싶다그러면 한번쯤 추천할 만한 명작이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10만원 초반의 극강 가성비까지.


그리고 다시 비싼 이어폰들로 움직이다가 듣게 된게 UM Pro20이다. W40보다도 훨씬 매끄러운 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 막상 전문가들의 평가에서는 westone lab 특유의 고음이 잘 나타난 이어폰이라고 했었다. 결국은 사람 취향이거나, 아니면 내가 진정한 막귀였거나.

가격대에서 w40이나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이걸 사려고 처음 마음을 굳혔을 때는 전체적으로 가장 만족한 이어폰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shure의 이어폰을 들어봤다.

SE 215,215LTD, 315, 425, 535, 535 LTD까지가 있고, 846이 있긴 하지만 이건 예외로 치자.

SE 215 LTD의 경우 회사 선배가 갖고있어서 들어봤고, 딱 적정한 가격대비 성능이었다고 생각한다. 굳이 215 LTD를 산다면 오르바나 에어2가 낫지 않았을까? 싶었던 정도였다.

SE 315는 안정적이었지만 힘이 부족했고, SE425는 오히려 더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안타깝게도 535는 출장중(...) 이었고, 그 옆의 인상적인 색상의 SE 535 LTD로 음악을 들어보았다.

재생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분이 찾아오셨다.



재생한 모든 노래가 전부 소리를 정확하게 잡고 있었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음이 빠지지 않고 들어온다"는 느낌을 처음으로 느꼈다. 준비해갔던 음악 모두를 전부 깔끔하게 들을 수 있었던 유일한 이어폰이었고, 더이상 고민이고 뭐고 없었다.


그 뒤부터는 뭔가 없었다. 스피커를 사러 갔던 청음샵이었지만 마음은 이미 SE 535 LTD로 굳었다. 가격이 어마어마했지만(처음 이어폰을 살 때는 W20 + @, 아마 40만원 이하가 마지노선이었던것 같았다.) 이미 스피커를 알아보던 시점에서 70만원대도 보고 있었고, 마지노선은 이미 독일군이 뚫었다.


그래도 마지막 한번만 참아보려고 집에 가고, 다음주에 입사동기와 같이 매장에 갔다.

이번에 SE 535도 들어봤고, 이 기종이 3가지 모델이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상태에서 들어본 SE 535는 꽤 좋은 장비였다. LTD와의 차이는 소리의 어떤 부분을 들려주고싶은가 였던 것 같다. 535는 목소리에 더 포인트가 들어갔고, LTD는 오히려 밸런스가 더 나았던 것 같다.


비슷하게 들었던 sennheiser IE80( 알리80이 아니다. 알리 80도 있지만... 이건 그냥 딱 그정도 가격의 장비였다.) 과도 비교가 되었다.IE80는 포인트를 저음에 두었던 것 같다. 결국 밸런스는 535 LTD의 승리라는것.

그리고는, 들고 나와버렸다.




일시불이요! (패션센스는... 이날 이렇게 될지 몰랐으니 못본걸로 해야지.)



전편에서 별로라고 했던 SystemAudio Saxo1 Active가 감동받을만큼 좋은 소리를 들려줬지만, 이미 이걸 사려고 마음먹은 시점에서 스피커는 아파트에선 사치라고 결론지어버렸다.


결국, 블루투스 스피커가 갖고싶었던 난 엉뚱하게 SE 535 LTD를 가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블루투스 스피커는... Ebay에서 SRS X5 리퍼제품을 사버리면서, 당분간 나의 음향 뽐뿌는 사라지게 되었다.

거치형 DAC이 사고싶긴 하지만, 안드로이드를 지원하는 거치용 DAC이 없어서 다행히 쉽게 뽐부가 가라앉았다.


벌써 세달이나 지났는데, 이어폰은 지금까지 만족하면서 쓰고있으니 적절한 지출이었음이 확실하다.


왠지 끝내기 애매하니, 전편에는 없는 기기별 별점을 매기고 포스팅을 마친다.

매우 주관적이니 참고만 하시길 ㅎㅎ


기기 

평가 

가격

WestonLabs W20

B&W C5

★☆

Atomic Floyd SuperDarts

Etymotic Research EP4S

X

 Creative Aurvana Air

Phonak PFE112

X

Westonlab UM Pro20

 SE 215

SE 535 

SE 535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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