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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짝사랑은 안녕
3월 3일, 숙명여대 교양수업을 들으러 갔다. 처음 만났다.
3월 10일, 같은 조가 되었다.
이야기를 해봤는데, 자기 할일도 열심이었던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안경도 매우 눈에 들어왔다. 기다렸다가 오후 네시에 밥을 같이 먹었다. 한약을 먹어서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다고 했는데, 내 늦은 점심을 위해 기다려줬었다. 고마웠다. 더 관심이 갔다.
3월 17일, 조별 활동을 위해서 뭘 했던가 기억이 안난다. 헷갈린다.
10학번은 순수할 것이라고 상상했다. 10학번과 두명의 선상에서 고민했다. 양다리를 걸칠 수 있다고 고민했던 것 같다.
평소에는 생머리를 했었는데 포니테일을 하고 보석이 박힌(뭐라고 설명해야되나) 두꺼운 헤어밴드를 하고 왔다. 가죽자켓과, 짧은 치마를 입었었다. 지금와서 느끼는건데, 이쁘게 입고왔다고 칭찬을 해줬어야되는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날 말을 텄던 것 같다. 조 전체에 말을 텄다.
3월 14일 화이트데이 다음이라고 생각해서 사탕을 샀다. 2만원짜리 츄파춥스 드럼을 사고, 같은 조원과 교수님한테는 페레로로쉐 초콜릿을 샀다. 이거라면 점수를 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착각을 했다.
3월 24일, 휴강이 됐다.
날이 좀 풀려서 덥기도 했다. 좀 늦게 일어나서 11시에 거의 맞춰서 학교에 갔는데, 나보다 조금 늦게 왔다. 전에 한번쯤 같이 점심을 먹자고 말했었는데, 이날이 마침 시간이 나서-다른 조원들도 그렇고 내 짝사랑이었던 사람도 그렇고 다들 다음수업이 있어서 같이 모일 기회가 없었다.-같이 찻집에 가기로 했다.
11시에 짝사랑과의 고민에 있던 10학번과 만나고, 11시 30분에 도서관에서 나가서 다 같이 만났다. 숙대 입구의 어떤 찻집에 갔다. 10학번은 치즈케이크를 준다길래 나도 학점교류 10학번이라고 하면서 약간 호기를 부렸다. 평소의 나라면 못했을 일이다. 약간 장난도 쳤다. 말을 듣다 보니 10학번은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다. 전 남자친구인지 현재 남자친구인지 모르겠지만, 순수한 10학번을 바라던 내 입장에서, 눈의 크기라던가 말투같은 면에서의 10학번이 좋긴 했지만 순수하지 않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웠다. 이날 이후 발표에 관한 이야기 말고는 전혀 대화를 하지 않게 된 것같다. 이날 내가 뭔가 실수를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고민중이다.
3월 31일, 수업을 들었다. 발표는 예정대로 하기로 하고, 간단한 수업을 했다. 수업이 끝나고 먼저 간다고 했다. 같이 가자고 했는데 바쁘다고 했다. 뭔가 사소한 문자를 서너번 보냈는데, 답장이 한번도 오지 않았다. 슬슬 지쳐갔다. 발표자료를 만들고 보여주면서 나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좀 웃기긴 하지만, 나의 능력이 PPT를 만드는거라니 좀 실망스러웠는지 모르겠다. 또는 나의 부정적인 성격을 은연중에 두세번 말했는데 그걸 가지고 그렇게 받아들였나 모르겠다. 여전히 일에 관한 대화 외에는 나누지 않았고, 내 문자는 점점 짧아졌다.
4월 7일, 발표를 했다. 발표가 끝나고, 다들 바빠서 간다고 했다. 일부러 조금 앞에서 걸었다. 숙명여대 안에서 같은 옷을 입은 남자가 눈 앞에 지나가는데 같은 조에 오늘 발표를 했는데도 말걸고 수고했다고 한마디라도 해주기를 좀 많이 바랬다. 하지만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4월 9일, 지하철에서 보고싶었던 영화의 시사회가 있는 것을 봤다. 신청을 해 놓고, 문자로 혹시 다음주 화요일에 두시간정도 시간이 되는지 물어봤다. 답장이 안 왔다. 다음날 아침 문자가 와서 무슨일이냐고 물어본다. 늦게 일어나서 늦게 답장을 보냈다. 영화를 볼수 있냐고 물어봤다. 안된다고 한다.
영화 시사회 포스터를 보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같이 볼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고, 대답이 없다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대답은 있었다. 그런데 싫다고 했다.
난 여자의 성격은 모른다. 그런데 내 생각에,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다면 내가 몇번 같이 무언가를 하자고 할때 함께 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 거절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관심이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나한테 일반 수준 이상의 관심이 있다면, 대충의 스케줄을 알고 화요일을 물어본 나한테 마지막 한번정도는 허락을 해 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마저 싫다고 했다면,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 확실할 것이다.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일이 우선이라서 나의 생각을 안한 것이라면, 이미 말 할 가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관계 심리학을 배우는 입장에서, 상대방의 상태를 모르면서 짐작하는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한두번이 아니고, 계속된다는 것은 나랑 성격이 안맞던가, 내가 싫던가 둘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나한테 관심이 더 있다면 최소한 한번은 연락이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난 마지막으로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고 깨끗이 포기했다.
내 짧은 짝사랑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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