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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그마 개시 기념 제주 투어링 1/2일차

현충일 즈음이던가, 무주 그란폰도 답사를 하고 싶어서 

매장팀 모 형님과 둘이 휴가를 쓰고 무주에서 자전거를 탔던 적이 있다.


그리고 한번도 휴가를 쓰지 않고 여태까지 있다가,

이번에 자전거를 바꾸고 휴가를 냅다 써버렸다.


그리고 제주도행 비행기를 탔다.


원래는 6시 40분 비행기를 예약했다가, 버스 첫차로도 못 갈 것 같은 이른 시간이라는 걸 알아서 8시 40분으로 늦췄다.

그런데 결국은 늦잠을 자서 똑같이 늦어버렸다.


다행히도 서현에서 버스를 타고, 20분전 발권마감이었는데, 2분을 남기고 티켓을 받았다.

그리곤 비행기 제일 뒷자리에 태어나서 처음 앉았다. 3/3열의 작은 비행기가 이렇게 길구나...하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았다.



비행시간이 55분? 1시간 5분? 뭐 그정도였던거같은데, 역시나 엄청 빠르게 제주에 도착했다.

별 계획이 있진 않았지만, 짐+방전된 Di2 때문에 스트레스를 은근히 받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져간 Di2 충전기 덕분에, 매장에서 바로 충전을 할 수 있었다.



왜 이렇게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때 짐을 맡기고 일정 생각을 좀 하다가 여하튼 다행히도 충전을 할 수 있었다.


사진을 안찍었는데, 자전거 배송서비스를 이용했던 바이크트립 제주점에서는 자전거도 맡아준다.

가방 보관도 가능한지는 모르고, 짐들을 공항 락카에 다시 넣어야될거같은데, 어디에 맡겨야되는지 물어보니깐 그냥 여기다 맡겨놓고 타다 오시면 된다고 한다. 나이스!





이번 투어링에서 자전거 배송이외에 매우 많은 편의를 여기서 챙길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바이크트립 ^^


그래서 바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자전거를 받고 나오는데, 거기 팀장님이라는 분이 이런말을 하셨다.


"2주만에 해가 뜨는데 타이밍맞게 잘 오셨네요."


휴가쓰고 오는데 비오면 안되지.

아침까지 비 예정이라서, 오후에 비가 개면 타야지 했던게 갑자기 생각난다.


여하튼, 그렇게해서 짐을 맡겨놓고 무작정 나왔다.


예전에는 용두암을 갔다가 해안도로를 따라서 간거같은데, 용두암이 안 나왔다.

왜그랬을까 생각해보니, 그때는 제주 국내항에서 출발을 했고 지금은 공항에서 출발을 하니깐 시작지점이 달랐던거다.


여하튼, 첫날은 진짜 50일만의 라이딩이기도 하고, 아직 적응 안되는 노그마에 적응을 해야될 시간도 필요해서 샤방샤방 해안도로를 타야지 하고 살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참 여러가지 의미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라이딩이 되었다.


처음으로 도수클립 없이 편광렌즈를 착용했다. 콘택트를 끼고 라이딩을 하는건 처음이라서, 차단률이 높은 오클리 조브레이커같은 편광 고글을 쓰곤 왜이리 어둡나...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내가 자전거를 좀 더 많이 탔다면 어땠을지 모르겠는데, 참 이 사진들은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들이다.

자전거 개시 라이딩이기에 도로만 좋아지면 허벅지와 폐를 쥐어짜면서 타고싶었고, 이쁜 카페만 보이면 멈춰서 쉬고 아메리카노 샷 하나씩만 마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계속 했다.

"다음날은 팀 투어이고, 일요일 새벽에 복귀를 해야 하는 일정때문에" 라는 쓸데없는 고민 때문에


난 나에게 주어진 자유를 맘대로 쓰지 못하고 안절부절 해버린것 같은 아쉬운 마음이 계속 든다.

생각해보면, 좀 더 나태해도 되는데, 이런 마음은 항상 여행을 갔다 오면 들더라.


(지금 생각해보니, 에스프레소로 해결하면 되는데 왜 난 그냥 다 지나갔을까...ㅜㅜ)


애월 해안도로를 끼고, 정말 5분에 하나씩 사진 찍어놓고싶은 카페들이 나왔다. 

심지어 다음날은 더 좋은데도 갈 수 있었지만, 그건 뒤로하고라도 이미 애월-한림까지만으로도 너무 평화로웠다.


저런 히피스러운 카페부터, 그리스풍(이래봤자 모 섬 느낌나는곳)도 있고, 말고도 워낙 제주 바다가 보이는 좋은 카페가 많아서, 나에게 겨우 이틀의 휴가가 있다는게 아쉬웠다.


배도 고픈지 모르고 타다가 어느순간 뭘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길래, 왠가 싶었더니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기내에서 마신 주스한잔? 그걸로 밥이 될수가 없는데, 그냥 기분으로 여기까지 왔나 싶더라.


난 여행에선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데를 가는걸 좋아하고, 그런고로 고기국수를 먹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막상 지나가는 길에 "해물라면"이 엄청 많은걸 보고 저걸 먹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급한 마음에, 겨우 핫도그를 먹는 나를 발견했다. ㅋㅋ.

마침 옆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본인은 MTB를 타는데, 로드도 재미있냐고 물어보셨었다.

난 그냥 적당히 재미있다고 답변드렸는데, 지금의 나는 뭐라고 말씀드렸을까. 너무 소중하다고 했을까?

핫도그 먹으면서? ㅋㅋ


여기서 한 20분정도를 더 천천히, 바람도 받으면서 가다가 위에서 계속 주절주절 했던 그 일종의 궁상을 떨어보고 싶어서,

결국 지나가다 보이는 카페에서 밥 대신 커피와 감자튀김을 먹었다...-_-



보통 마시는 "커피"라는 액체는 그냥 회사에서 업무 중 뇌를 깨우는 용도로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샷을 추가해서 마시기만 했지 딱히 어떤 감성을 느끼진 않았었다. 하지만 10도보다 조금 높은 이정도 날씨의 감성 투어링에는 머그에 든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드는 생각이지만, 결국 장고끝에 악수 나온다고 저 카페는 그다지 좋은 위치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사진을 찍을 땐 그걸로도 그냥 행복하고 편안했었고,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도 알게 되었다.


저곳이 거의 애월의 끝이었을 거고, 다시 지방도를 조금 탄 다음 한림 해안도로로 접어들었다.







한림에서 좀 더 가면 만장굴? 무슨 그런데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원래는 거기까지 갈까 싶다가 어디까지 가야될지 몰라서, 그냥 적당히 슬슬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길 우측으로 방파제길이 보여서 그냥 에라모르겠다 하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길이 이뻤...나?


그냥 뭔가 내 감성을 자극한느 부분이 있어서 슬슬 들어갔다가, 몇분동안 셀카질을 하면서 보냈다.


그리곤 더 타고싶은 마음이 사라져버린 통에, 그냥 방파에 집구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엔 사장님 한분과 잠든 딸만 있었다. 평일, 금요일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이렇게 좋은 자리의 카페가 왜 사람이 없을까, 하는 멍청한 생각을 하면서 핫초코를 시킨 후 바다가 보이는 창가자리에 앉았다. 멍하니 창밖을 보는데, 생각보다 햇빛이 잘 들었다. 아니, 사실은 그 전에 고글이 편광이라 너무 빛을 많이 가렸을 수도 있다.


투어링엔 고글을 안쓰는게 더 좋을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콘택트를 안했다면 안쓰지 않았을까?


여하튼, 카페는 자고있는 딸 때문이었을지 생각보다 따뜻했다. 그때 처음 "이게 여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참 신기하게 생각하는 몇몇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들은 이런 기분을 알고 있어서 그렇게 자유로운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30분정도를 쉬다보니, 3시 반이 지났던 것 같다. 벌써 돌아갈 시간이다.

나한테 시간이 이렇게 없었구나.

시간이 이렇게 소중하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돌아올때는 해안도로를 타지 않고 그냥 일주도로로 복귀를 했다.

일주도로는 자전거도로를 한참 정비중인 것 같았는데, 돌만 좀 더 없었으면 환상적이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다른것보다도 돌이 많았던게 아쉽다. 텅터텉ㅇ


거의 시내에 다 와서, 갑자기 같이 타기로 한 형한테 연락이 온다. 펑크가 나서, 좀 와서 도와달라고.

지도를 찍어보니 10km정도라서, 별생각없이 20분이면 가겠거니 했는데 가는 내내 오르막이더라. 하...


그리곤 가서 보니깐 그 형 여자친구분이 펑크가 났다...고 했는데, 이게 이상하다.

Co2도 안들어가고, 스프레이도 안들어간다.


그래서 이꼴이 됐다. 으아악!



결국 강제로 스프레이를 좀 주입하고 시내로 천천히 내려갔다. 결국은 내 예상대로, 밸브고장이 원인이었다.

투어링 용이라면, 펌프가 하나쯤 있는게 오히려 좋지 않을까 하는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저걸 한 덕분에 밥을 얻어먹을 수 있었고, 이날 라이딩은 여기서 종료!


이틀째 라이딩은 다음에 또 쓰면 되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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