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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땅끝 자전거 여행 2. 먹는것과 자는것은 매우 중요하다.

6월 22일 아침 5시 반

 

은근히 일찍 일어났다. 여행 첫날이라 잠자리가 좀 배겼는지 몸이 찌뿌둥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목욕탕이 있어서 몸을 좀  풀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간밤에 난 목이 말라서 잠깐 일어나 물만 마시고 다시 잤었는데, 재호는 그 찜질방에 하나 있던 커플이 남자 화장실에서 같이 나오는 걸 봤다고 한다. 무슨일이 있었으려나, 는 상상에 맡기자. 이 일로 재호는 아침부터 수면 부족으로 헤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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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표정은 여유만만한듯 해보이지만, 은근히 얼굴이 부어있다. 피로해있다는 단적인 증거이다.

 

일찍 나오니 해가 높게 뜨지 않은 점이 좋았다. 화성을 지나서 아침을 먹으려고 했는데, 잠시 한눈 판 사이 형모가 사라졌다. 안그래도 배터리가 약한 내 폰으로 간신히 연락을 넣으니, 완전이 울상이 되서는 전화를 받는다.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해야되는데, 혼자서 직진을 했던 모양이다. 가다 기다리다 하다 보니, 완전 늦어져서 형모가 갔던곳으로 아침을 먹으러 갔다.

그쪽은 공장지대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침식사를 하는 식당이 꽤 보였다. 적당히 식당에 들어갔는데, 가격이 한사람에 6천원정도 나왔다. 나는 뭐 그정도 하려니 했는데, 형모나 재호의 생각이랑은 좀 달랐던 것 같다. 아무래도, 여행 중에는 이러나 저러나 한끼 식사에 5~6천원이 깨진다는 것을 나만 알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아침을 먹고 나니 시간이 벌써 7시 반이다. 생각보다 약간 늦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내 성격대로 "그러려니" 하고 움직이기 시작하니, 얼마 가지 않아 교통표지판이 눈에 보였다. 아산만 26km. 대충 한시간 조금 넘게 밟으면 되는 거리라서, 우리는 거의 쉬지 않고 달렸다.

 

내 예상대로, 약 두시간 뒤 우리는 아산만 방조제를 만났다. 방조제가 시작하는 지점에,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1학년 정도 되는 학생 둘이 보이길래 아는척을 해봤다.

 

"안녕하세요, 어디까지 가세요?"

"서산 지나서 태안까지 가려구요"

"얼마나 오셨어요?"

"이틀째요."

"출발은 어디서 하시구요?"

"서울 송파요."

"아, 우리는 광화문에서 출발했어요."

 

라고 한다. 둘이서 자전거도 안좋고 백팩까지 매고 가는데, 의외로 많이 온 것 같다. 보고 있으면, 내가 여행 준비를 하면서 엄살을 떤게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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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포토타임을 가졌다. 형모의 촬영기술이 좋은지, 카메라가 좋은지, 잘 나온 사진이 많았다. 마지막에 있는 사진의 구도 같은것을 잘 활용한다면 앨범 커버같은데 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한시간 반정도 더 움직여서 당진에 보였다. 다시 1~20분을 더 가니, 멀리 롯데마트가 보였다. 시간도 적당히 됐고 해서,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푸트코트에 롯데리아가 있어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롯데리아의 런치타임은 서울역에만 있는건가 보다. 여기 롯데리아는 런치타임이라는게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안에서 이것저것 사다가 밖에서 먹기로 했다.

 

 

그래서 산 점심들. 5천원짜리 만두 세봉지와 우유 1리터짜리 하나, 그리고 정체불명의 거대 호떡빵. 난 저것을 먹고 이날 저녁 폭풍같은 설사를 했다.

아마, 작년 여행 중 서울에서 인천을 가던 날이었나. 인천에서 낮에 대형할인마트에서 엄청 시원하게 쉬었던 기억이 났던게 많이 도움이 된 것 같다. 덕분에 이날 점심은 매우 편하게 쉬었다.

 

점심을 다 먹고 아침에 일어난 피로도 있고 해서 할인마트 입구에 있는 벤치에서 전부 눈을 붙였다. 나랑 형모는 한시간정도 잔 것 같은데, 재호는 간밤의 화장실 커플 때문에 잠을 설쳤다고 계속 잠을 잤다. 깨우기도 그렇고, 자전거 연장과 지도가  필요해서 자는 재호를 냅두고 당진 읍내로 들어갔다. 대충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충남 지도를 한장 구하고, 당진 읍내 자전거 샵까지 찾아갔는데 아뿔싸, 샵이 문을 닫았다. 주인이 영감님인데, 몸이 안좋아서 1주정도 쉬었다고 한다.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아무래도 연장이필요하다고 느껴서 다음 샵까지만 가보자고 했는데, 가다가 다이소를 발견했다. 자출사였나, 자여사에서 봤던 1500원 공구가 생각나서 들어갔는데, 1500원 공구는 보이지 않았고 2천원짜리 렌치세트와 멀티스패너 하나를 샀다. 렌치를 이용해서 바로 형모 자전거 짐받이를 꽉 조여놓고, 멀티스패너를 가지고 재호한테 돌아갔다. 거의 한시간을 당진 읍내에서 돌아다닌 것 같았다.

 

도착해보니, 재호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많이 피로했었나. 재호를 깨우고, 재호 자전거의 안장을 조금 조절할라고 했는데 스패너가 맛이 갔다. 안의 톱니가 다 갈려서 제대로 물지를 못한다. 2천원짜리 싸구려의 한계를 본듯했다. 아무래도 이번 여행이 끝나면 제대로 공구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형모는 여기서 8천원짜리 핫팬츠 수영복을 사고, 정리를 대충 해서 출발하니 벌써 오후 네시다. 재호나 형모가 태안쪽을 가보는 것을 생각했는데, 내가 반대했다. 태안을 들어간다면, 다음날 나오는데 하루가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태안쪽으로 가는 것은 포기하고, 직진해서 내려갔다. 원래는 서천정도까지 가는게 목적이었는데, 거의 쉬지 않고 움직였는데도 홍성 초입에 간신히 도착했다.

 

당진에서 홍성읍내로 가는 길을, 국도로 가지 않고 지방도를 이용해서 해미를 지나서 갔다. 한두번쯤은 지나가 들었을 법한 해미읍성을 처음 보게 되었다.

 

별로 크지도 않은 듯 하고, 축조 시대도 조선시대라서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 안을 들러보는 것은 포기했다. 사실 시간적인 압박이 컸다. 잘 곳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도 옆에 조그만 마을이 보였고, 마침 여학생들이 보이길래 저 안에 숙박시설이 혹시 있냐고 물어봤는데 없다고 한다. 홍성 읍내로 가야된다길래, 큰맘먹고 홍성 읍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홍성군내가 보일때까진 업힐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높지는 않은데 진짜 내리막은 평생 못보는 것이 아닌가 싶을정도로 계속 업힐이다. 홍성이 의외로 고지대에 위치해있나보다 싶었는데, 홍성 읍내가 보이니깐 그때부터 내리막이다. 아마도 홍성 읍내도 분지형 지역에 위치하고 있나보다.

 

읍내에 들어가서 찜질방에 가니, 하루 6천원이라고 한다. 전국에서 제일 싼 가격이 아닐까 싶다. 계산을 하고, 안에 가서 땀에 쩔은 옷을 말리면서 남탕 관리하는 쪼잔한 영감님과 신경전을 벌이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닭을 먹을까 고기를 먹을까 의견이 분분하다가, 고기를 먹기로 했다. 이때도 확실히 느낀건, 돈을 넉넉하게 챙겨서 그냥 잘먹으면서 다니려던 나랑, 무전여행을 고려하던 형모랑 재호랑은 약간 의견차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저녁으로 고기는 신나게 먹은것 같다.

 

 

들어와서 씻을라고 옷을 벗었는데, 낮에 선탠을 하겠다고 웃통을 벗은 형모랑 재호의 등이 장난 아니길래 한장 찍었다. 이때 처음으로 나도 운동을 좀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씻고, 최저가 + 열악한 설비의 찜질방에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난 이날 새벽 한시까지 폭풍같은 설사를 했다.

 

여행 둘째날

   이동 거리 - 190.14km (129.13km)

   이동 시간 - 10시간 2분 (6시간 23분)

   이동 경로

      하피랜드 찜질방 - 39번 국도 - 아산만 방조제 - 34번 국도 - 삽교호 방조제 - 32번 국도 - 당진 시내 - 29번국도 - 647번 지방도 - 해미 - 29번 국도 - 홍성

   사용 금액

   - 아침 17천원

   - 점심  9천원

   - 저녁 25천원

   - 공구 4천원

   - 숙박 18천원

   - 총 7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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