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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땅끝 자전거 여행 1. 첫날은 항상 힘들다

6월 21일 일요일 아침 11시

 

대충 산 옷을 챙겨 입고 집에서 출발했다. 광화문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대충 한시간 반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가 부모님이랑 이야기도 하고 어쩌고 하는 통에 늦어버렸다. 페달질을 하기 바빴다.

 

신촌에 도착하니 40분정도가 지났다. 갈증이 나서 물을 사러 근처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현기증이 났다. 내가 얼마나 저질체력인지는 모르겠으나, 꼭 갑자기 운동을 하면 어질어질 하다가 구토를 하더라. 이런게 급체였나.

 

근처에 사람 안다니는 골목이 보이길래 들어가서 토악질을 하고, 한 5분정도 누워있었다. 조금 지나니 호흡도 안정되고 몸이 개운해졌다. 드디어 펌핑이 되었으니, 이제 여행기간 동안은 안심해도 될 것 같다.

 

GPS나 지도가 없이 모르는 길을 가는 것은 매우 안 좋은 것 같다. 신촌에서 서강대쪽을 지나 금호아시아나 빌딩쪽을 지나서 교보문고 사거리에서 광화문으로 갈려고 했는데, 그 길이 의외로 길었다. 내 처음 계획은 신촌까지 30분 광화문까지 30분이었는데, 신촌까지 40분, 광화문까지 40분정도가 걸린 듯 하다.

 

은근히 빡시고, 길을 잘못 든 것은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가진 상태로 가다가 내 생각이 맞았는지 금호아시아나 빌딩 앞의 움직이는 노동자 상이 보였다. 교보빌딩까지 논스톱으로 달렸다.

 

거기서 여행 기록을 할 조그만 수첩을 하나 사고, 밖에서 형모와 재호를 기다렸다. 대충 3~40분정도를 기다렸던 것 같다.

 

그리고, 12시 40분 쯤 재호랑 형모를 교보문고 앞에서 만났다. 그리고 교보문고 길 건너 청계광장에서 여행 출발을 기념하는 사진을 찍었다.

 

 

나는 자전거 여행이 두번째라 그런가, 혼자 유난히 준비를 많이 했다.

 

그런데 정작 제대로 된 출발은 여기서 하지 않았다. 형모는 아직 짐받이도 달지 않았고, 재호의 철티비는 첫날 국도를 타기 전까지 내내 우리를 괴롭혔다.

 

일단, 점심을 먹기 위해 서울역으로 출발했다.

 

 

가는길에, 대한문에서 사진을 한장 찍었다. 근데 막상 저 사진을 보면, 둘은 마중을 나오고 나 혼자 원정을 가는 듯한 착각이 든다.

 

 

난 그냥 생수통에 물을 넣어다니려고 했는데. 재호가 의외로 몸을 챙기는 통에 알루미늄 캔으로 된 녹차를 샀다. 그리고 이 물통은 3일정도...이니 꽤 오래 썼다.

 

서울역 롯데마트 입구의 자전거 거치대에서 미터기를 리셋했다.

우리는 여기를 시작으로 땅끝마을까지, 28시간 22분동안 541km를  달렸다.

 

 

형모의 자전거에 짐받이를 달고, 재호 자전거의 앞기어 시프트가 잘못되어 있길래, 가까운 바이크샵을 찾을 겸 살살 움직였다. 재호 자전거의 앞기어 시프트의 문제는 서울역 앞 광장에서 알았었는데, 용산까지 3키로정도를 그냥 천천히 달렸다. 하긴 시내 주행이라서 특별한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처음 발견한 곳이 용산 MTB라는 곳인데, 겉보기에도 비싼 자전거만 파는거 같았고, 안에서 형모 자전거용 안장을 달려고 했는데, 패니어용 비싼 짐받이만 보여주었다. 가격이 55천원대였나.  캠핑여행을 위해서라면야 필요하겠지만, 형모도 나도 그걸 사야 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곳에서 재호 자전거를 고쳤는데, 이곳이 가장 저렴하게 수리를 해줬다. 2천원에 재호 자전거의 앞기어 시프트를 고치고 다시 출발했다.

사실 형모 자전거의 짐받이는 한강을 건넌 뒤 달려고 했는데, 의외로 다음 샵을 빨리 찾아서 금방 달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샵의 약골 할아버지는 짐받이 나사를 너무 대충 조이는 바람에, 이 후로 당진에서 렌치세트를 사기 전까지 형모의 짐받이는 춤을 추었다.

 

원효대교를 건너서, 대방역이 보이는데 지하보도를 타지 못하고 우회했다. 이때가 첫 난관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의 노파심인지, 아니면 진짜였는지는 모르지만, 재호와 형모가 도로에서 차랑 같이 움직이는거에 익숙하지 않다고 판단한 나는 인도로 갈 생각을 했다. 결국 우리는 원효대교 남단에서 노량진 수산시장을 건너 다시 대방역에 도착하는, 약 5~6키로정도를 돌아서 시흥대로를 타게 되었다.

 

시흥대로를 타던 중 내 자전거를 한번 더 손봤다. 디스크 브레이크에서 마찰음이 나는것 같았는데, 확실히 디스크가 조금 휘었다고 한다. 그래서 디스크 브레이크를 조금 펴주었다. 디스크 브레이크는 조금 폈는데 돈은 5천원이나 받아갔다.

 

 

 

안양을 지나서, 조금만 더 가면 완전히 국도로 빠져나가는 시점에서, 최악의 문제가 발생했다. 재호 자전거의 페달이 박살나버렸다. 페달 대용으로 쓸 나무가지라도 있으면 쓸려고 했는데, 그나마도 보이지 않아서 살살 움직였다. 다행히도 얼마 가지 않아 샵을 발견했는데, 이곳은 최고급 자전거만 수리하는 곳이었다. 페달은 클릿 외에는 팔지도 않는 듯 했다.

이곳에서 얼마 가지 않아서 생활자전거 샵을 발견해, 페달을 고쳤다. 플라스틱 덩어리 같은게 만원이나 하다니, 좀 의외였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샵은 거의 들르지 않게 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지방국도가 시작되어, 갓길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차들은 무섭게 달렸다.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뻗었다. 아니 실수했다. 오르막을 오를 때 예전에는 기아를 고단으로 놓고 살살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했더니 너무 지쳐서 그야말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오히려 평소에 자전거 거의 타는 일이 없는 재호랑 형모가 더 잘나갔다.

 

내 덕분에 우리는 꽤 늦었다. 아니, 재호랑 형모가 나를 많이 기다렸다.

 

 

화성까지 도착했다. 이때 시간이 약 8시정도. 1년 중 낮이 제일 길다는 하지가 내일모레라서 그랬나, 날이 어둑어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제 날이 어두워질지 모르는 상태로, 더 나갈 수도 없었다. 또한, 슬슬 자전거 여행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시점이었다. 결국 어떻게 해서라도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자자는 의견을 모았는데, 의외로 5분도 가지 않아 찜질방을 가장한 호텔 - 가격의 의미에서-에 숙박하게 되었다.

 

 

내 얼굴이 굳기 시작했다. 재호는 이때는 만만했나 보다.

지옥같은 여행의 첫날은, 이렇게 찜질방에 도착하며 끝나게 되었다. 무려 한사람에 만이천원이라는 말도안되는 숙박비와 함께.

 

여행 첫날

   이동 거리 - 61.01km

   이동 시간 - 3시간 29분

   이동 경로

      서울역 - 원효대교 - 시흥대로 - 의왕시 방면(아마도 47번국도) - 평택 방면 39번국도 - 비봉 근처의 하피랜드 찜질방

   사용 금액

   - 자전거 수리에 들어간 돈 약 20천원(형모 안장 25천원)

   - 숙박비 36천원

   - 점심 10천원

   - 저녁 20천원

   - 총 약 8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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