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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21. 첫 끌바
2015 시즌오픈 기념으로 분원리를 갔다 왔다.
(그전에 탄합, 반미니, 하오고개를 한번씩 갔다왔지만 벙개에 비해선 그냥 마실수준이니 없는걸로 하겠다.)
특히나 올해 시즌오픈은 밀키스를 타고 처음 가는 라이딩이기 때문에 더더욱 의미가 깊은 라이딩이었다.
시즌오픈이라 당연히 몸이 정상은 아닐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도 훨씬 몸이 안 좋아서 깜짝 놀랐다. 뇌가 힘들다는걸 느끼기 전에 몸이 먼저 퍼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 갈마치를 넘어갈 때는, 하오고개를 올라갈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시즌오픈이니 이정도 힘들수 있지... 하는 마음으로, 어느정도 힘들게 갈마치 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다.
그리고 43번국도를 이용해 분원리까지 들어가면서, 보통 국도나 차도를 탈 때 늘상 겪는 강제 인터벌에선 생각보다 자전거가 잘 나간다고 만족해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뿐이었다.
도마치를 올라가는 순간부터, 몸이 정상이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때는 풀댄싱으로 올라갈 수 있었던 동네 언덕이었는데, 이건 업힐도 이런 업힐이 없었다. 그리고 도대체 난 자학단에서 처음 여기를 올 때 어떻게 그렇게 잘 올라간거지? 하는 생각이 엄청 들었다. 혹시 아침을 부실하게 챙겨먹어서 그런가? 하는생각도 들 때쯤, 간신히 도마치 정상까지 왔다.
분원리 직전 농협에서 콜라와 스닉커즈로 가볍게 보급을 하고 (아마 이게 실수였던 것 같다. 다음부터는 농협이나 홍가네에선 파워젤을 하나씩 먹어줘야겠다.) 분원리에 들어섰다.
보통 분원리에 낙타등이 9개~15개까지 사람들마다 의견이 다른걸로 알고 있는데, 내가 퍼진건 정확히 3번째 낙타등이였다. 첫번째 낙타등에서 가볍게 몇명을 추월하고 '몸 괜찮구만' 하고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두번째 고개에서 추월했던 앞 팩중 한명이 다시 날 추월했고, 친구도 날 추월하고, 그 뒤로 난 홍가네까지 혼자였다.
3번째 낙타등부터, 매번 낙타등이 시작될 때마다 속도가 5km/h까지 떨어졌다. 말 그대로 에너지가 바닥났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머리는 멀쩡한 것 같았는데, 내려가는 구간에서의 가속을 전혀 이어갈 수 없었다.
그렇게 겨우겨우 '장가네' 간판을 지나 홍가네에 도착했다.
자전거를 탄 이래로 홍가네에 간게(분원리에 간게) 총 10회정도 될 것 같은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홍가네에 모여있는 모습은 처음 봤다. 다들 시즌오픈을 하러 모인 사람들인 것 같았다. 아니면 이미 했거나. 여기서 내가 저지른 두번째 실수는, 이제라도 파워젤을 안 먹은 것이다. 이때 파워젤이라도 먹었다면 아마 염치고개는 어떻게 넘어갔을 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늦어, 점심을 먹어야 할 것 같았는데 염치고개를 지나 털보네로 가기로 결정했다.
내 근피로도와는 관계없이, 친구는 충분히 쉬었으니 가자고 날 다그친다. 하는수없이 좀 회복이 부족한 듯 하지만 염치고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홍가네 직후 삼거리를 지나는 순간부터, 세상에 이런 거지같은 주행이 없다. 다리가 내 다리같지 않았다. 한 10년간 안 써서 녹이 슬은 모터에다 전극을 댄듯했다. 그리고 조금만 힘을 줘도 머리가 더이상 힘을 쓰지 말라고 몸에 신호를 보내는게 느껴질 정도였다.
초반에 먼저 가던 친구도 상황은 비슷했다. 잠시 먼저 가는 듯 했으나, 힘이 한계에 부친 듯 어느순간부터 와리가리를 하고 있었다. 내가 힘이 조금 남았었는지, 아주 잠시 추월을 할 수 있었는데 그 때 부딪칠 뻔 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이미 기운이 빠져서 나랑 부딪칠 것 같은데 몸이 통제가 안될 정도였다고 한다.
부딪칠뻔했던 이후 실속 때문인지, 아니면 이미 그 시점에서 내 체력이 다 했는지 염치고개 정상 직전의 휴게소에서 난 클릿을 빼버렸다. 빼자마자 주저앉아서, 소중이 밀키스만 넘어트리지 않고 붙잡고 있었는데 급격히 졸음과 소변이 마려워졌다. 그순간 생각이 번뜩 들었다. "봉크구나."
정상까지는 겨우 50m 남짓이라, 아주 잠시 혼이 빠져나간 상태를 피한 다음 나머지 부분은 끌바를 해서 올라갔다. 친구가 주저앉아 있었는데, 역시나 마지막에 끌바를 했다고 한다. 내가 올라선 직후 한 팀이 염치고개를 올라오는데, 다들 힘이 남아도는 것 같은 모습이 부럽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잠시 뒤 내려가는 길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Di2의 조작미스도 있을 것이고, 다른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 체인이 안으로 빠져버린 것이다. 별 생각 없이 밖으로 빼내면 되겠지... 했다가 프레임에 체인자국 이 남아버렸다. 결국 힘으로 돌려놓긴 했는데, 화요일이나 수요일쯤 샵에 가서 다시 정비를 해야 될 것 같다.
털보네에서 점심을 먹고 나니, 몸이 좀 살아났다. 적어도 염치고개의 봉크는 안 올것같았다. 확실이 오늘의 최대 실수는 부족한 아침과 파워젤도 안먹는 패기였을 것치다. 이후에는 적당히 마일리지만 쌓아가면서 적당히 호박고개로 넘어갔다.
이전까지는 친구가 거의 리딩을 하고 있었는데, 이때부터는 내가 끝까지 리딩을 했다. 친구는 이 시점부터 많이 힘들었나보다.
결국 나는 100km, 친구는 90km을 찍은 시점의 광나루에서 우린 더이상 타지 못하고 지하철로 점프를 해버렸다.
아무래도 올해부터는 50km 이후 오픈구간 개수만큼 파워젤을 챙겨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것보다도, 허벅지와 근육부터 살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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